✎ 운영자 칼럼
줄 서는 일이 콘텐츠가 된 시대에 대하여
웨이팅이 불편이 아니라 놀이가 된 흐름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들.
몇 시간을 기다려 입장한 매장 앞에서 대기 번호표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요즘 어렵지 않게 봅니다. 웨이팅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험이자 콘텐츠가 된 것입니다. 오픈런은 부지런함의 증명이 되고, 몇 팀이 기다렸는지는 그 집의 훈장이 됩니다. 이 흐름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. 기다림 끝의 한 입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진짜니까요.
다만 관찰자로서 흥미로운 것은, 줄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줄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. 원래 줄은 수요의 결과였습니다. 음식이 좋아서 사람이 모이고, 그래서 줄이 생기는 순서였습니다. 그런데 줄 자체가 볼거리가 되면 순서가 뒤집히기도 합니다. 줄이 있어서 궁금해지고, 궁금해서 줄이 더 길어지는 — 음식과 무관하게 자가발전하는 줄이 가능해진 것입니다.
이런 시대에 실속을 챙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. 내가 지금 무엇을 사려고 줄을 서는지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. 화제의 매장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줄은 입장료의 일부이고, 기꺼이 낼 만합니다. 반면 그저 맛있는 한 끼가 목적이라면, 같은 시간에 줄 없이 먹을 수 있는 좋은 집이 대부분의 동네에 있습니다. 두 목적 모두 정당합니다. 섞여서 헷갈릴 때만 후회가 남습니다.
사이트를 운영하며 웨이팅 관련 글을 정리하다 보니, 결국 이 주제의 결론도 같은 곳에 닿습니다. 남들이 기다린다는 사실은 정보의 시작일 뿐, 내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각자의 일이라는 것. 줄이 콘텐츠가 된 시대일수록, 줄에서 빠져나올 자유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.